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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인권 이야기] 농업 노동자의 ‘봄’을 기다리며

관리자

며칠 사이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난방이 가동되지 않는 임시가건물에서 살고 있는

농업 이주 노동자들은

얼마나 추울까?’ 생각을 하면서

지난해 겨울 한파 속에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내 숙소에서 지냈던

캄보디아 농업 이주 노동자 故속헹 씨를 떠올립니다.

벌써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속헹 씨는 5년 가까이 일하면서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2019년 7월 이전에는 건강보험도 없었습니다.

사업장등록이 없는 5인 미만 농어촌 사업장에 고용이 된 경우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9년 7월부터 지역건강보험 의무가입이 실시돼 건강보험 가입자가 되었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일을 하고 한 달에 하루, 이틀 밖에 못 쉬는 노동환경과

시내와 떨어져 있는 곳에서 살아 접근성의 어려움 때문에 병원에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문제가 거세지고 전체 농업 이주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재조명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기숙사 문제, 건강보험 가입의 문제, 산재 적용의 문제 등등... 그런데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2021년 9월에 캄보디아 출신 농업 노동자의 상담 사례가 있었습니다.

5월 24일에 입국하였고,

9월 1일 아침에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커피를 타려고 준비하는 동료를 도와주고자

물을 팔팔 끊인 주전자를 드는 과정에서 미끄러져서 화상을 입었습니다.

오른쪽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이르는 큰 범위의 화상이었습니다.

흔히 ‘코리안드림’으로 불리는 꿈을 꾸고 온 노동자는 불과 4개월 만에 온 몸에 화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엄청난 병원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했고,

지난 4개월 간의 임금은 체불됐고,

당장 퇴원 후 지낼 곳이 필요했습니다.

농업 노동자의 농업주는 사업주가 아닙니다.

농업주는 사업자등록증이 없고 농업경영등록확인서로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농업 노동자는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합니다.

체류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지역가입이 가능하지만,

한 달 보험료는 13만1천원을 납부해야 하며 이는 거의 월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것은 정말 모순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E-9’ 노동자이기에 직장가입자로 적용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농업 노동자들이 일하는 대부분의 농장은 상시근로자수가 5인 미만입니다.

5인 미만인 사업장은 산업재해보험 의무가입에서 제외되어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해도 산재 신청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모든 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사고가 터지고 누군가가 죽어야 바꿔지는 것이 아니고

전체 이주민 노동·주거·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안전하고 인간답게 일하는 농장 환경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농업 이주 노동자를 이야기하면 정말 막막하고 힘듭니다.

장시간 노동의 문제, 휴게시간 은닉의 문제, 숙식비 공제의 문제, 성희롱∙성폭력의 문제 등등…

우리는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오기 마련입니다.

농업 이주 노동자의 ‘봄’, 간절히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