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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인권 이야기]

관리자

근로기준법 제63조 폐지!!

농업 이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및 주거 환경을 통해 고한다

지난 1월 말 어느 늦은 오후 조그마한 체구의 캄보디아 여성 스레XX 씨와 친X 씨가 저희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밀양에서 왔다고 합니다.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딸기, 고추, 깻잎을 재배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2016년 밀양 깻잎 농장 내 부당 처우로 촉발되어 여러 인권 단체들이 결집(밀양 깻잎 밭 이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시민 모임)하여 일어났던 ‘2017년 밀양 깻잎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현실이었지만 그 이후로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음을 상담을 통해 재차 확인을 하였고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절실함에 우리는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합니다.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제63조」에 의해 근로시간·휴일·휴게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 합니다. 근로계약서 상의 내용도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휴게시간을 제외한 실 근로시간) 일을 하고도 사업주는 8시간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하여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매월 받고 있고, 휴게시간(근로계약서 상 주로 3시간)은 대부분 점심시간 포함 1시간이며 주어진 막대한 하루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도 아껴야 하므로 비닐하우스 바로 옆 개방된 고랑에서 해결을 하기도 하고, 한 달에 고작 하루나 이틀만 주어지는 휴일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으며, 사업주들 간 불법 거래로 근로 계약을 맺은 사업장이 아닌 여러 타 사업장에서의 노동을 강요당하는 일은 당연한 듯이 이뤄집니다. 또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에서 매월 20~28만 원 정도의 금액이 ‘기숙사비’라는 명목으로 공제가 되는데 기숙사라고 불리는 공간의 실태는 정말 열악합니다. 대부분 주거시설용으로 신고 되지 않은 가설 건축물(조립식 패널/컨테이너/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창문이 없고 요리를 하거나 씻는 장소는 한 공간(외부)에 있어 비위생적이며 화장실은 주로 외부에 위치해 이용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비가 올 때면 기숙사로 스며든 물을 바가지로 퍼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온수가 나오지 않거나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2020년 12월 20일 영하 16도의 한파 속에서 캄보디아 여성 이주 노동자 속헹 씨 포천 지역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사망)도 있으며 잠금장치가 없어 언제든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해 성희롱·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고충들로 인해 더 이상 견디지 못 하고 사장님에게 불만을 토로하면 욕설, 손찌검, 출국시켜 버리겠다는 협박만이 대답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러면 그냥 이주 노동자 본인이 해당 일터를 그만두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허락을 받거나 근로 조건 위반, 임금 체불, 폭언, 폭행, 성희롱, 성폭력 등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합니다. 즉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으며, 노동청에 신고를 하여도 근로감독관들은 노동자가 작성한 근무일지출퇴근 기록부는 증거가 될 수 없으니 CCTV 기록을 제출하라거나 근로계약서 작성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당시 실수로 내용을 잘못 기입했을 것이라는 등 갖가지 핑계로 출석 조사를 진행하며 이주 노동자들을 좌절하게 만듭니다. 근로감독관들의 이러한 태도를 간파하고 있는 고용주들은 ‘사업주 협의회’를 구성하여 똘똘 뭉쳐 대놓고 당당하게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2017년 밀양 깻잎 사건 이후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징수지침」을 만들어 고용주들이 불법 가건물을 이용해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인 허용을 마련하였고, 작년 故 속헹 씨의 죽음 이후에는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컨테이너를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내용으로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 전국 120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매일 우리 모두의 밥상에 오르는 음식들에 누군가의 아픔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살아가기엔, 한 개인이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고 알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가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살아간다면 그 어떤 긍정적인 변화도 우리는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먼저 고용노동부의 이주 노동자 숙소 환경에 대한 전수 조사 및 대책 마련을 위한 방침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보다 완전한 주거 및 노동 환경의 변화를 위해서는 농·축산업 분야에는 영세 사업장이 많은 만큼 지자체의 관심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농장주와 이주 노동자 간 분쟁 사례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근로감독관들은 수수방관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조사를 통해 적어도 법이 보장하는 기본이 지켜질 수 있도록 주어진 소임을 다 하여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63조 폐지, 고용허가제 폐지를 통해 모든 이주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노동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전국의 노동 인권 단체들은 연대하여 한 달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기숙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노동부 앞 1인 시위를 진행하였고,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은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 포함 여러 지역 단체들과 함께 3월 4~5일, 밀양 지역 내 부당 처우를 받고 있는 농업 이주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양산 노동부에서 항의 집회 진행 및 진정 제기진정 조사 참여를 하였고, 이어서 실제 상담을 통해 문제점이 파악된 밀양 내 사업장들을 직접 방문하여 항의를 하였으며 이러한 현실들이 공론화될 수 있도록 기자 회견도 진행하였습니다. 이 모든 연대 활동에 의미가 부여되어 한국 사회 속 모든 이주 노동자들이 값싼 노동력만 제공하는 기계적인 부속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이웃 주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함께하는세상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은 지난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몫을 다 하고 있습니다.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힘을 발휘할 수 없고, 반쪽뿐인 힘으로는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과 보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의 든든한 빽(?!!)이 되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