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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권 이야기] 코로나19와 이주민

관리자

소위 코로나19로 명명되어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전 세계적 확산은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 유행) 선언으로 이어졌고, 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2000만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해당 사태로 인해 세계 각국들은 서로 간 여러 방면의 교류들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중이고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수출 중단 혹은 감소 및 주문 물량 감소로 인해 제조업은 급격하게 어려워졌고 이는 지역 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업체의 기약 없는 장기간 휴업 선언으로 인해 ‘해당 기간 동안 무급으로 휴가 처리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서류에 서명을 하라는 사업주의 독촉에 내몰리는 경우, 작업량이 없어 근무를 못 하는 날은 우선적으로 미사용 연차로 처리를 하고 주어진 연차를 다 사용하고 난 뒤에는 어쩔 수 없이 무급으로 쉰다는 사업주의 일방적 통보를 듣는 경우, 경제 상황 악화로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가 어려워 타사업체로 구직을 할 수 있도록 고용변동신고를 해 주겠다는 경우(이는 일종의 해고에 해당) 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고용보험 가입 유무와는 관계없이 사용자의 귀책사유(불황 등으로 인한 경영상 휴업, 원료 부족/주문 감소, 제품 판매 부진/자금난, 공장 이전/기계 파손 등)로 비롯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받지 못 함으로 인한 임금 상실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하라고 명시되어 있고, 사용자가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근로자는 노동부 진정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여 본인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고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때에는 30일 전에 그 예고를 해야 하며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하지 않았다면 해고예고수당(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부당해고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보호 아래에서도 고용허가제 속 e-9 비자를 가진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과 관련해 대부분의 권한이 사업주에게 부여되어 있는 제도적 상황으로 인해 각자에게 주어진 권리에 따른 본인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엄두도 내지 못 하고 속으로만 고민하다 별 수 없이 사업주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불합리한 조건에 순응하고 맙니다. 한국에서 e-9 비자로 3년 혹은 최장 4년 10개월 동안 이주 노동자로 살아가는 중에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 조건에 의견을 피력하여 자신을 고용한 사업주와 조금이라도 감정적 불편함이라든지 갈등이 있다면 이는 고스란히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자칫 어렵게 얻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고 자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여러 변화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방면에서도 이주민들이 한국이라는 사회 전반에서 얼마나 많이 소외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가에 대한 현실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격히 늘어나 마스크 공급에 비해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 소위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정부에서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여 그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행 초창기에, 비자가 있고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외국인등록번호가 있는 이주민들은 마스크 구입 가능 대상에서 제외가 되어 처음 겪어 보는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장비도 구입하지 못 하였습니다. 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민들은 당연히 더더욱 자체적으로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 모든 국민을 상대로 마련한 지원책이었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한때 많은 이주민들이 제외가 되어 많은 인권 단체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이후 뒤늦게 f-6 비자를 가진 결혼 이민자들은 그 대상에 포함이 되었지만,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매월 각종 세금을 내는 이주 노동자들은 ‘무급휴가 동의’라는 상황에 내몰리면서도 결국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 하였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관련 글을 올리고 인권 단체들이 나서는 등의 노력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매년 소수자를 비롯한 이주민들이 ‘차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한국 내 거주민으로서 동일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으로 호소를 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주민들이 겪는 차별이라는 실태는 결코 남의 얘기만이 아닙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든 개개인의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모일 때 비로소 우리는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 더 나아진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