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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례 '고용센터는 사업주 편?'

관리자

상담사례

고용센터는 사장님 편?!

정해

네팔 출신 노동자 S 씨는 1년 6개월가량 일하던 미나리꽝에서 그만두고 싶다며 상담소를 찾았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퇴사의 자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업체 변경이 불가하다.

1)

다만 법에 따라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회통념상 계속 근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변경을 허가하고 있는데 폭행이나 임금체불 등 사유가 있다하더라도 증명하기가 까다롭고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부 고용센터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업무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업체이전 상담은 풀기 쉽지 않은 때가 많다.

S 씨의 경우는 살얼음이 낀 논에 들어가 미나리를 수확하는 일의 노동강도 자체도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급여를 제 날짜에 안 주는 것이 문제였다. 그의 통장내역을 보았다. 최초 3개월 정도만 매월 급여를 받았고 보통 2달에 한 번, 3달에 한 번, 심할 때는 5달에 한 번 급여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라 ‘2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전액 지급 받지 못한 경우 또는 임금의 30퍼센트 이상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사업장변경 신청일 전 1년 동안 2개월 이상인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아도 고용센터 직권으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판단하여 고용센터로 갔다. 처음에는 S 씨가 업무 담당자에게 회사를 바꾸고 싶다고 했지만 담당직원이 안 된다고 하여 하는 수 없이 내가 옆에서 거들게 되었다.

- 업체이전 때문에 왔다.

- 회사에서 이전 동의했나?

- (통장을 전해주며) 임금체불 사유로 바꾸려는 것이다. 직권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 회사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 5개월동안 임금이 체불되었다. 직권변동사유가 된다. 업무편람 확인해보시라.

옆 사람한테 속닥이며 물어보던 담당자는 그제서야 편람을 펼쳐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사업주에게 전화를 해 변동신고서를 보내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사업주가 변동신고서를 보낸다며 기다리라고 하여 2시간을 기다려 변동신고서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시 이 담당자는 S 씨에게 고용변동사유를 ‘자율합의에 의한 퇴사’로 기재하라고 시켰다.

2)

임금체불로 인한 퇴사이지 자율합의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담당자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였다. 그 사업장에 대해 ‘고용허가 취소신청을 하겠다, 과장을 면담하겠다’며 한참을 실갱이를 한 후에야 담당자는 업무편람을 들고 과장에게 갔다. 과장은 상습적 임금체불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고 그제서야 직원이 서류를 처리해주었다.

S 씨가 만약 혼자 왔다면 업무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그 직원을 상대로 통역도 안 되는 이런 환경에서 업체변경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아마 S 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월급도 제대로 안 나오는 미나리 꽝에서 다시 일했거나, 법이라는 이름뿐인 굴레를 스스로 벗고 나와 미등록노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고용센터에 앉아 있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센터에 와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볼 수 있었다. 약 7~8팀의 이주노동자들이 다녀갔는데 그 중에 통역이 이루어지는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 우리가 어떤 문제로 고용센터에 전화하면 노동자에게 통역으로 다 얘기했는데 왜 전화하냐며 도리어 따지는데 말이다.

대부분 직원들이 노동자에게 호통을 치며 질책을 했고,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큰 소리만 치는 모양새가 일부 사업주들과 닮아있었다. 말이 안 통하는 어떤 노동자는 도중에 나가버리고는 다시 들어오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직원들이 그 사람 어디 갔느냐며 찾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도 민원인이다.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하나도 없는 담당자, 민원인에게 호통만 치는 불친절한 태도로 일관하는 담당자들을 두고 어느 이주노동자가 고용센터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들이 공공기관인 고용센터를 사업주들의 대변자 정도로 여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1)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한에 대해서; 2007년 8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직장 이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법적 보호를 받는 데 장애가 있으며, 직장에서 겪는 차별적 대우와 학대를 구제받지 못한다는 데에 대해 우려를 표명. 2009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적용위원회(Standards Committee)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유연화'를 촉구. 2012년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사업장 변경 제한을 대폭 완화할 것을 권고.

2) 고용허가제는 3년간 3회의 사업장 변경 만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근로자의 귀책이 아닌 사유로 변경하면 횟수산입을 하지 않는다. 자율합의에 의한 퇴사는 변동횟수에 산입이 되고 임금체불로 인한 변동은 외국인근로자의 귀책이 아닌 사유에 해당되어 횟수에 산입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