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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관리자

<상담사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정해

“내요, 부끄러워서 일 몬 하겠다. 내 사상 아줌마

1)

하고 본딩 아줌마

2)

하고 너무 부끄럽다. 그래서 일 그만해요.”

그의 입에서 익숙한 사투리가 흘러나왔다. 유쾌하고 명랑한 성격과 경상도 사투리가 소녀스러움과 억척스러움이 묘하게 섞인 인상을 만들어냈다.

필리핀에서 한국에 시집 온 지, 9년. 양산에는 자동차고무제품을 만드는 하청 회사들이 많이 있는데 그는 그 중 한 ‘고무공장’에서 8년 넘게 유압프레스 기계를 다루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참다 참다 못 해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기계가 고장 나서 고쳐달라고 한 것 뿐 인데 한국인 상사는 그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했다. 수치심때문에 그는 더 이상 회사를 가지 못 했다. 사업주가 그에게 몇 번이나 다시 일하자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치심이 있다는 것을 그 사업주는 알까. 누군가에게 수치심이 들게 만든다면 그것이 곧 폭력이라는 것도 아마 그는 모를 것이다.

위 이야기의 필리핀 노동자처럼, 양산 내 ‘고무공장’에 일하는 사람은 약 2천명 가량 된다고 한다. 대체로 1개당 115원이니 하는 식의, 이른바 ‘돈내기’로 일을 한다. 여성노동자의 경우도 월급이 200만원은 족히 넘지만 근무시간에 비교하면 많은 것도 아니다. 위에 나온 필리핀 여성은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근무를 했다.

할당된 수량을 채우기 위해 기본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일은 없다. 주휴일에 쉬었다고 주차를 받는 일도 없다.

어떤 경우에는 한 공장 건물 안에 회사가 서른 개가 넘는다. ‘영숙테그’, ‘철수테크’니, 자기 이름이나 자식의 이름을 붙인, 사업주 1인만 있는 1인 기업들이다. 기계 한 대당 사장님 한 명이 일하는 황당한 상황...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 취직해서 몇 달 일하다가 일이 익숙해 손이 빨라지면 사업주로부터 사업자등록을 낼 것을 권유받는다고 한다. 자의반 타의반 그렇게들 사업자등록을 내고 자기이름을 건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하루에 900개씩은 찍어내야하고 그들의 원청, 원청의 원청으로부터 작업지시를 받는다.

퇴직금이나 연차수당은 당연히 없다. 도급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검찰조사에서는 돈내기는 도급이 아니며 사실상 근로계약관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업주들은 이 사실을 다 알면서도 노동자가 청구하기 전까지는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 노동청에서 만나면 월급에 포함되었다고 말하거나, 퇴직금을 줘 본 일이 없다고 큰소리를 친다. 불법을 행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휴업한 기간을 휴업이 아니라고 거짓말하며 회사 가서 확인하자고 떵떵거리다가 막상 회사에 가서 다른 관리자가 휴업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들통이 나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여성노동자들의 엉덩이를 꼬집고 만지고, ‘하지말라’고 말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그들에게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오히려 내 눈에는 짐승으로 보인다.

쓸데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사람, 제품을 프레스로 찍어내고 자투리를 자르고 본드를 붙이는 일을 한 라인에서 세 사람이 나누어 하고 있는 것이다.

본드로 붙이는 일을 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