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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적취득이 결혼이주여성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해주는가?

관리자

한국국적취득이 결혼이주여성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해주는가?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최연숙

8월 초 오후 4시쯤  곱게 생긴 한 왜소한 여성이 숨을 헐떡이며 사무실에 들어왔다. 하얀 핫팬츠에 시원하게 목이 파인 티셔츠 차림은 한국의 젊은 여성을 연상케 했다. 중복에 에어컨마저 고장이 나서 사무실은 찜통이었다. 상담실 대신 유일하게 냉방이 가능한 C강의실로 안내를 했다.

수잉씨는(가명) 고향이 베트남에서도 오지인 껀터에서 6년 전에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남편을 만났다. 첫인상이 자상하고 착해 보이며 술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하여 좋았다. 8남매의 여섯째인 수잉씨는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힘들게 사는 친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설레는 꿈을 꾸며 한국에 갈 날만 기다렸다.

이혼을 하러 왔는데 선생님이 도와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후드득 쏟았다. 가출한지 3개월,  현재는 지방의 한 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아침7시부터 밤10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하여 기숙사 오면 씻고 자기 바쁘다. 피곤하고 외롭지만 남편이 괴롭히지도, 때리지도 않고 베트남에 돌아가라고 머리를 쥐어박지도 않아 좋다고 하였다. 게다가 들킬 염려가 없어 안전하기 까지 하여 밤잠을 편히 잘 수 있어 건강해 졌다고 하며 배시시 수줍게 웃었다.

혹시 자녀는......? 조심스레 물으니 갑자기 더 크게 훌쩍 거린다. 최근에도 임신을 했는데 남편이 술을 먹고 때려서 하혈하여 유산이 되었다. 임신을 여섯 번 이나 했지만 그때마다 남편과의 불화로 유산이 되어 이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다. 몸이 너무 약해 루프도 약도 수술도 할 수 없다고 의사가 이야기했다. 남편은 아내인 수잉씨가 아프든지 하루에 10시간씩 일하여 피곤하든지 저녁에는 꼭 부부관계를 요구한다. 남편 마음대로 안 되면 언제 때릴지 몰라 거절도 못한다. 때론 술 먹고 잠도 안자고 괴롭혀 시어머님 방에서 자려고 하면 당장 나오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까지 한다.

남편은 하루도 술을 안 마실 때가 없다.  트럭 일을 하는데 한 달에 몇 번밖에 일을 하지 못한다. 술을 마신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칠순 노모가 지금도 일을 하여 아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수잉씨도 뼈 빠지게 일을 하여 생활비와 전처 딸 용돈, 남편 술값을 매달 보태야했다.

“힘들고 또 힘들어서 세 번 가출을 하였다. 남편은 동생집이나 아는 집들을 이 잡듯이 찾아 죽일 듯이 끌고 집으로 데려갔다. 앞으로 한번만 더 가출하면 재미없다, 죽이겠다, 욕하며 온갖 협박을 일삼았다.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나를 딱하게 여겨 도와주는 자매나 친구들에게 까지 폐를 끼치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멀리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가출을 하였다. 하지만 자매도 조카도 보고 싶고 내가 살던 곳에 가서 이웃도 친구도 만나고 싶다. 왜 내가 도망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한국국적이 있다. 체류문제로 법을 어긴 적도 없고 남편에게 맞아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는 자유롭게 인간답게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무시하고 때리는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고 항변했다.

남편과 이혼하면 어떻게 살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해볼까요? 하니까 금방 얼굴이 환해지며 수줍게 이야기를 푼다. 10년 뒤에는 고향에 가서 작은 가게를 차려서 살고 싶다. "그런데 혼자 살 거예요. 혹시 돈을 좀 벌게 되면 나같이 마음과 몸이 아픈 사람 도와주고 싶어요. 지금은 하루에 15시간 일 해도 힘들지 않아요." 아! 코리안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

2011년 1월 현재 양산시에 거주하는 여성결혼이민자는 919명이다. 이 중에서 베트남 국적 자가 297명이며 한국국적을 취득한자는 45명에 불과하다(양산시 민원지적과). 많은 결혼이민자의 꿈이 한국국적을 취득하여 체류가 안정되고 남편과 아내가 평등한 조건하에서 건강한 부부,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다.  국적신청 조건은 아주 까다롭다. 입국하여 2년 동안 별 탈 없이 잘 살아야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자녀가 있으면 1년 반 정도 심사기간이 걸리고 행여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국적신청을 하면 2년이 더 걸리기도 하며 혹시 위장결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갑기도 하다. 그동안에 일부 남편들의 행패는 대단하다.  국적을 취득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여전히 연로하고 무기력한 남편을 대신하여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며 돈 주고 사온 여자라고 무시하며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일삼는다. 혹시 자녀가 말을 시작하면 엄마가 한국말을 잘못해 언어가 뒤떨어질까 걱정되고 자녀가 학교에라도 갈 나이가 되면 왕따라도 당할까 전전긍긍해 한다.

지금도 옆자리에서 같이 일하는 중국이주여성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내 여동생이 보고 싶어서 초청했는데 비자가 부결되었다. 보고 싶은 동생도 초청 못하는 한국국적이 뭐 필요 한데? 그러면 나에게 왜 국적을 주었는데......?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이 난무하지만 정작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각지대 이 여성들은 어떻게 할까?

*2011년 9월 발행된 소식지 입니다.(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