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기 위해 그가 해야하는 일.
요즘에는 어지간하면 연장근무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일하기위해 선택한 일종의 전략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일해야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나머지 일은 금방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책상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덧 어둑해진 풍경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처럼 퍼붓던 비는 멎고
창 넘어 운동장에 한, 둘, 사람들이 걷기, 뛰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눅진해진 날씨와 수요일쯤 되면 몸에 달라붙는 피로때문에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려다가
문득...
오늘 다녀간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생각이 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를 다시 읽어봅니다.
그가 겪은 경험들 사이로 그의 진심과 고단함이 격자처럼 얽혀있습니다.
처음 3년간은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집으로 휴가를 다녀올 수도 있었습니다.
회사에 재고용이되어 1년쯤 지난 시간
갑자기 몸이 아팠습니다.
20여일 입원하고 이후로 꾸준한 치료로 몸이 완쾌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또다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관리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며칠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3일뒤 출근했을 때 사장은 몹시 화를 내며 그를 해고해버렸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회사에 유감은 없습니다... 내 잘못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바로 새로운 회사를 찾아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첫 출근날 또다시 몸이 아파왔습니다.
그는 일보다 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둡니다.
한 달간 쉬고 새로운 직장을 찾으러 노동부에 갔을 때
그는 다시 일할 수 없는 상황에 되었습니다.
퇴사하고 한달 이내에 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등록체류자가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
그는 이 절차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 회사에서 4년을 다니며 일했고, 회사를 바꾼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몰랐다는 것 역시 노동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물론 병 치료 때문에 병원을 다닌 상황이라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물어봅니다.
"아프다면서 왜 병원에 가지 않았나요?"
머뭇머뭇...
피곤한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입을 띠었다 붙였다...
"돈...
없어요
..."
아차!
"퇴사후 1달 이내에 노동부에 등록, 3달 이내에 새로운 회사를 찾아야 한다는 법규정"
생각해보면 몹시 비인간적입니다.
당신들은 일을 해야하는 사람(혹은 기계)들이다.
아픈 사람은 한국에 체류할 필요가 없다.
쉬지 말고 빨리 일자리를 찾아라!
고용지원센터에 진정을 해보자고 그에게 얘기했습니다.
비자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몹시 힘든 표정의 그는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비행기 티켓을 사기 위해 삼성화재에 가입해놓은 귀국비용보험을 청구하고 싶다
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보험을 청구하려면 비행기 티켓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는 돈이 없습니다.
마침 그에게 돌려받을 국민연금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역시 본국에 가야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인천공항을 통해 간다면 가는 날 공항 안에서 받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공항에서 돈을 받아가겠다고 합니다.
그래야 마지막으로 가족을 위한 선물이라도 살 수 있을테니까요.
다음주 쯤이면 친구에게 돈을 빌릴 수 있을겁니다.
그 돈으로 비행기티켓을 사면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더 그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