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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람.

관리자

상담사례 - 고용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서,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관으로서!

중국인 노동자 강, 봉, 진, 고 등 4명은 이전에 다니던 경북 경주 소재의 D사에서 임금, 퇴직금 등을 못 받아서 노동청에 진정신고를 했는데, 2010년 10월 20일에 출석이 잡혀 포항지청에 가게 되었습니다.

버스 시간과 점심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우리는 점심도 굶고 노동청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진정인들이 미등록체류 상태임을 확인한 담당근로감독관은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짜고짜 이들에게 ‘왜 불법을 하면서 집에 가지 않느냐, 월급은 통장으로 송금을 할 수 없고 노동청에 와서 직접 받아가라. 그리고 월급을 받으러오면 출입국에 통보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제 귀를 의심해야했습니다!

첫째, 급여를 통장으로 송금해 줄 수 없다. 아니, 뭐라구요? 근로기준법 제43조에서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라고 되어 있고 본인의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면 그것은 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주가 통장으로 지급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데 근로감독관이 나서서 노동청에 와서 받아가라고 말하는 것은 직권남용이 되겠지요.

둘째, 돈은 와서 받아가라, 대신 신고하겠다. 네? 그러면 어느 누가 노동청에 돈 받으러 나오겠습니까? 이거는 미등록노동자들은 잡혀갈 각오를 하기 전에는 노동청에 진정 신고를 하지 마라는 말 아닙니까?

월급을 받지 못해 노동청에 진정했는데 정작 회사의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할 근로감독관이 진정인들의 체류상태를 걸고 넘어지면서 신고해서 집에 보내겠다고 말을 하고 있는 상황에 너무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출입국 직원들이 들이닥친다면 나는 미등록 노동자 4명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사업주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밖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분들이라 조금 전 높은 소리가 오간 상황을 다들 궁금해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태를 설명하자 ‘당황과 걱정’으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3명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강’ 혼자 남아서 대표로 조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어하는 ‘강’에게 오늘은 괜찮다고 설득을 했지만 저도 속으로는 무지 걱정을 했습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불편한 기색을 비추던 감독관은 조사가 끝날 무렵 저에게 ‘상담소에서도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출국을 유도해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사람은 누구가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어야한다. 미등록체류자들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우리 단체가 존재하는 이유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공무원에게는 ‘통보의 의무’라는게 있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84조1항에 보면 공무원이 출입국관리법위반자를 발견할 때 즉시 통보해야한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 그래서 월급을 못 받아도, 산재를 당해도, 형사사건의 피해자라도, 미등록노동자라면 출입국에 즉시 ‘신고’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부와 근로감독관에게는 무슨 일이 우선입니까? 근로기준법 위반 조사인가요? 출입국관리법 위반 조사인가요? 지금까지의 노동부가 친자본, 친정권적인 태도를 가져온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좀 자본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손발 노릇에서 벗어나 프로페셔~~널 해주시면 안 될까요? 노동자의 편을 들어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가 해야될 일만이라도 잘하기 바라는 마음, 너무 큰 욕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