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좀 바꿀 수 있게해주세요!
오늘은 오전부터 회사를 바꾸고 싶어하는 친구들의 상담이 줄을 이었습니다.
캄보디아 '찬'씨(남, 가명)
농장에서 일하는 찬씨는 한국에 온지 2달 가량 되었습니다. 어제밤 10시경 사장님이 술에 취한 채로 사무실로 불러서 가봤더니 '공부하지마, 사랑하지마' 라며 일을 그만두라고 했답니다.
'공부하지마'라는 얘기의 사정은 이렇습니다.
한 달 쯤 전에 일요일에 한국어 공부를 하고싶다고 말했다는데, 사장님은 '니가 한국에 일하러 왔어, 공부하러왔어?' 라며 안된다고 했답니다. (농장 일을 하는터라 정기적인 휴일이 없을테고, 그래서 공부할 시간을 따로 보장받기 어려웠을겁니다.)
'사랑하지마'라는 얘기는 또 뭥미?
얘기인 즉슨, 얼마전 캄보디아 여성 한 명이 새로 들어왔다는데, 찬씨는 이 새로운 친구에게
생활이나 일과 관련된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었고 그 모습이 사장님이 보기에는 '연애짓'처럼 보였던 거겠지요.
어쩌면 사랑놀음에 빠져 일을 게을리할까봐 걱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고...
여튼 찬씨는 사장님의 '사랑안돼'라는 말에 '사랑해요'(사랑해도 괜찮아요)라고 응수(?)했고 사장님은 곧 화가나서 찬씨에게 짐을 싸서 나가라고 했답니다.
찬씨가 기숙사로 가서 짐을 싸는데 친구 한명이 자기도 함께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는데
그 얘기를 듣고 몹시 화가 났던지 어쨌는지 이 사장이 갑자기 야수로 돌변해서는
한손으로 찬씨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다른 한 손으로 뺨을 세게 때렸답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쇠를 들고 내리치려는 것을 캄보디아 동료 한 명이 나서 말렸기 때문에 다행히 큰 일은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장이 그러고 나간 사이 찬씨는 짐을 쌌습니다.
찬씨가 나오자 사모와 사장은 찬씨에게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내일 고용지원센터로 변경신청서를 보내겠다고 했답니다. 찬씨는 밤 12시가 넘어서 양산에 있는 '팔'씨의 기숙사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에 찬씨는 상담소를 찾았습니다. 저는 진술서를 작성해서 고용지원센터로 보냈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회사에 통화를 해보더니 사건 내용이 다르다며 모레까지 기다리라고 했답니다.
맞은 것도 억울한 찬씨는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까지 최소 2~3주를 그냥 보내야합니다.
폭행이나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변경신고서를 접수시켜주지 않으면 마냥 기다려야하는 것...
고용허가제도가 이렇습니다.
또다른 캄보디아 여성 '소'씨
농장에서 상추따는 일을 하는 소씨는 두 달째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93만원으로 계약을 했는데 회사는 56만원 밖에 주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에게 돈을 달라고 했지만 사장님은 기다리면 준다고 말합니다.
소씨는 믿을 수 없어서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게 4일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소씨에게 일단 다시 회사로 돌아가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유이건 회사를 나온지 5일이 되면 회사는 출입국에 '무단이탈(도망)'으로 신고를 할 수가 있고
그러면 이 친구는 자기의 잘못이 아닌데도 미등록(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맙니다.
한번 미등록이 되면 다시 바꾼다는 것은 99% 불가능합니다.
소씨의 상식이나, 저희들의 상식으로는 월급을 안 주는 직장을 나와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절차입니다만 고용허가제라는 족쇄에 갇혀서 월급을 제때 못 받아도 회사를 옮길 수도 없습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밟으면 가능은 하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이동을 담당하는 고용지원센터를 통하면 최소 2주는 기다려야하고, 그것도 회사가 적절한 협조를 해줄때 가능하고, 회사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노동청에 진정을 내거나 해서 그 사건이 증명되고 정리될때까지 기다려야하니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해당 이주노동자는 그 기간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요.
사업장이동 상담은 이렇게 대체로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화난다고 변동신고를 일부러 미루는 경우도 많고, 불법만들어 버리겠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제도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꼼짝 못 하게 하고 있으면서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아주 좋은 제도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일 만하는 기계가 아닌데... 이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법과 제도를 만드는 기준으로 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날은 언제쯤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