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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까봐 무서워서 퇴직금 안 받고 집에 가겠어요.

관리자

지난 일요일은 유독 상담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요즘에 일요일 상담이 많이 줄어서 한결 여유롭게 보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상담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

8건의 상담을 접수하였는데 대부분이 임금 퇴직금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 스리랑카 노동자 M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M씨는 요즘 법무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진출국프로그램"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기로 결심을 했다고 해요. 자진출국프로그램이라는 것은 5월에서 8월말까지 자진해서 집에 가는 미등록 노동자들의 범칙금을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말인즉슨,  앞으로는 자진출국한다해도 미등록노동자들이 집에 갈 때는 범칙금을 받겠다는 뜻이 되겠지요. 그러니 단속되어 잡혀가는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겠죠?

4년 가량을 미등록노동자로 살아온 이 친구는 기간 안에 집에 가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갈 준비를 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미등록체류자에게는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하였고 그래서 상담소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회사로 다시 한번 퇴직금을 달라고 전화해보고 제게 전화를 해달라는 말로 상담을 마쳤습니다.

다음날 M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들려왔습니다. 자기는 퇴직금을 안 받고 그냥 집으로 가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몹시 급한 듯한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회사 사람이 자기 집을 알고 있으니까 만약 회사에 퇴직금 달라고 이야기하면 회사에서 출입국으로 신고하게 되고 그러면 자기는 잡혀서 벌금을 내고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M씨는 전화를 끊을때까지 몇 번을 당부합니다.

"누나, 내가 친구집 갈 때까지 절대로 회사에 전화하지 마세요, 누나!"

3년치 퇴직금과 연차수당이 적은 돈이 아닌데 그것을 포기하고 집에 간다고 하니, 나름 자진출국프로그램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긴한가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됩니다.

지난 6월 14일 밤, 필리핀 노동자 S씨 외 총 7명의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밤 10시 45분 경, 야간작업 중에 단속되었다. S씨의 말에 의하면,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한국직원과 한 남자가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뒤, 한국직원들이 모두 작업장에서 나갔다고 한다. 15분 정도 경과 후, 단속반원이 들어왔고, 단속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들 중에 화장실 다녀오면서 보았던 그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복 입은 사람이 와서 ID카드를 보여달라고 했고, 집에 있다고 하자, 한쪽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그 뒤 출입국직원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와서 다시 ID카드 제시를 요구했고, 없다고 하니까, 수갑을 채우고 단속했다. 이날 단속반원은 15명(여성 1명 포함)이었다.

S씨등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구금된 이후, 6월15일 출입국에서는 1년 4개월 정도 미등록체류 한 것을 이유로 벌금 50만원을 내야한다며, 종이에 서명을 요구했고, 이들은 서명을 했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필리핀에 돌아가지 못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 이주민과 함께 출입국 모니터링 내용 중 발췌

이번에 법무부가 만들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자진출국프로그램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벌금을 낼 때까지는 집에 보내지 않겠다는 것.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나요?

세계인권선언 제13조 2항에는 "모든사람은 자국을 포함하여 어떠한 나라를 떠날 권리와 또한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있습니다.

UN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그렇게 자랑하던 대한민국이 세계인이 모두 인정하고 누려야하는 권리를 짓밟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느 누가 겁내지 않겠습니까? M씨가 퇴직금을 안 받고 집에 가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불법적인 강제단속도 모자라, 벌금 안내면 집에도 안 보내준다는 우리 법무부. 이거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 단속이 되어 지역에 있는 출입국사무실로 이송이 되면 조사하고 집으로 보내지는 시간이 보통 일주일 이내입니다. 그러나 여권이 없거나, 체불임금이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에 더 머물러야 하고 그 때는 보호소로 옮겨지게 됩니다. 2007년도에 있었던 여수보호소화재사건 기억하시죠? 여수출입국보호소가 바로 그런곳입니다. 보호소라고 이름붙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옥이지요.

*현행 출입국관리법에는 임의적인장기구금을 방지하기 위해 3개월마다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대 구금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3개월마다 승인을 받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다시말하면,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이주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상태가 될때까지 언제까지고 구금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