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마음 너무 넓은 알리 형님

관리자

벌써 며칠 째, 목발을 짚고 사무실을 찾아오는 알리(가명, 우즈벡) 형님이 있습니다.

양산에 있는 한 회사에서 3년 동안 일했는데, 산재사고를 당해서 발목을 크게 다쳤나봅니다.

수술을 한 번 했는데, 발목뼈가 많이 으스러져서 수술을 한 번 더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키 크고, 인상도 좋은 이 우즈벡 형님이 며칠동안 쩔뚝거리며 상담소를 찾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몇 달째 월급을 못 받았는데, 기다리는 것에 지쳐서 자신도 답답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적어준 밀린 임금 내역을 보는데 저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작년 것 부터해서 이 형님이 못 받은 돈이 글쎄 1,400만원이 넘는겁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일하다가 다쳤는데도 회사에서 산재신청을 안 해 준 것입니다. 산재사고로 인해 일을 못하는 경우에는 휴업급여를 받을 수가 있는데 산재신청을 안 했기때문에 휴업급여조차 못 받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장 산재 신청을 하고 노동청에 진정하자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형님은 사장님이 마음이 너무 좋은 사람이고 도망가지 않을거고 기계만 팔리면 꼭 돈을 줄 거라며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말합니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그랬듯, 알리형님도 어머님이 돌아가셨을때 고향에 갈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서는 아흔이 넘은 편찮은 아버지가 알리형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밀린 임금과 발목치료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리형님은 깊은 한숨을 쉬며 아버지의 임종마저 지키지 못하면 자기는 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빨리 노동부 신고해야지요, 산재 신청도 해요!"

"사장님 나쁜 사람 아니야."

아무리 설득을 해도 기다리겠다는 말에 저는 그저 허탈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알리형님~ 자꾸 기다리면 안돼요... 이렇게 마음이 너무 착해서 어떡해요... 그러면 몇월 며칠까지만 기다려보고 그 다음에는 꼭 노동부에 이야기해요."

오늘도 형님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왔습니다. 사장이 오후에 사무실에 오기로 약속을 해서 1시간이 넘게 기다렸는데 오늘은 못 오니까 다른 날로 하자네요.

하루하루 형님의 한숨이 깊어갑니다.

이 마음 너~무 넓은 형님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 마음속 걱정도 커져 갑니다.     - 해-